요즘 알고리즘이 자꾸 한 영상을 띄워줍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을 지냈던 영업맨이, 어느 날부터 인공 장기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자극적이라 흘려 들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니 며칠 동안 한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언러닝(Unlearning)’.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부러 버리는 학습법이라니, 솔직히 처음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업맨이 인공 장기 회사 회장이 된 배경을 들으니 그제야 의미가 풀리더군요. 오늘은 그 영상을 보고 정리한 메모를 공유하려 합니다. AI가 우리 일을 빠르게 대체하는 지금, 한 번쯤 같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 같아서요.
영상의 주인공은 유석환 회장입니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 폴란드 유럽본부에서 임원을 지냈고, 타이코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을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를 맡았습니다. 업계에서는 “김우중·서정진의 남자”라고 불릴 정도로, 두 거인 옆에서 글로벌 시장을 직접 뛴 인물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셀트리온을 떠난 다음입니다. 평생을 영업과 글로벌 비즈니스로 단련한 사람이 갑자기 로킷헬스케어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사업 분야는 인공 장기 재생, 3D 바이오프린팅, 줄기세포 기반 정밀 의료. 의대도 약대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가장 보수적인 의학·생명과학 영역으로 뛰어든 셈이죠.
영상에서는 이 전환을 단순한 “용감한 도전”으로 미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남이 가지 않은 10%의 영역에 길이 있더라”라고. 평생을 90%의 길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머지 10%가 어디인지 본능적으로 보였다는 뜻이었습니다.
영상에서 가장 자주 나온 단어는 의외로 ‘관계’였습니다. 처음에는 흔한 인맥론 같아 살짝 졸렸는데, 이어진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그가 말하는 ‘관계’는 인간관계와 인과관계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쪽은 후자, 즉 맥락(Context) 이라고 강조하더군요.
여기서 한 대목이 머리에 박혔습니다. “AI는 정보를 검색해 줄 수는 있지만,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 고유한 맥락은 절대 만들지 못한다.” 가만히 곱씹어 보면 맞는 말입니다. 챗봇은 지식을 종합해 답을 내놓지만, “왜 내가 그 길을 갔는가”라는 단 하나뿐인 서사는 채워 줄 수 없으니까요.
이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의 가치는 보유한 정보량이 아니라 자기만의 인과관계 길이가 됩니다. ’19년 전에 학교를 자퇴하고 커뮤니티 2만 명을 모은 누구’, ’20년 영업맨 출신이 인공 장기를 만든 누구’처럼 말이죠. 영상은 이런 사람을 ‘맥락 부자’라고 불렀습니다. AI 시대의 진짜 프리미엄 자산이 거기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은 학습법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학습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언러닝 → 리러닝 → 뉴러닝, 영어로 표현된 단어들이라 살짝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풀어 보면 한국어로도 충분히 직관적이었습니다.
첫 단계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고 비우는 작업입니다. 상식, 공식, “남들이 옳다고 하는 지식”을 일단 머릿속에서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죠. 영상 속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정설로 받아들여진 지식이라도 지금은 90%가 틀릴 수 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옛 지도를 그대로 들고 가면 길을 잃습니다. 그러니 익숙한 답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본질을 새 시각으로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그가 든 예가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나이 듦’을 노화라고만 생각하지만, 그는 이를 ‘데이터의 축적’, 즉 경험 레이어가 한 겹씩 쌓이는 과정이라고 다시 봤습니다. 시각이 한 번 바뀌면, 그 위에 새로운 학습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은 재정의한 통찰을 시대의 기술과 결합해 자기만의 무기로 만드는 단계입니다. 유석환 회장의 경우 이 결합이 곧 사업이 되었습니다. AI + 3D 바이오프린터 + 줄기세포 + 영업맨의 글로벌 감각, 이 네 가지가 엮여 인공 장기 재생이라는 영역으로 나왔거든요. 다른 누구도 이 조합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인과관계의 인생을 산 사람이 없으니까요.
언러닝이 추상적으로 들리지 않게 만든 것은 그가 제시한 구체적 셈법이었습니다. “전공 지식을 배우려면 대학에서 4년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그는 거의 비웃듯 깼습니다. 전공 학점은 보통 70학점쯤이고,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2시간씩 공부했을 때 약 보름에서 한 달이면 충분히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게 곧바로 박사 수준의 깊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평생 한 번도 진입해 보지 않은 분야의 지도를 그리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는 매일 그 시간을 떼어, 흩어진 퍼즐 조각을 모으고 상상력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들이 안 가는 10% 영역에서 조각이 맞아떨어졌다고 표현했죠.
여기서 그가 던진 비유가 글의 톤을 결정지었습니다. 피터팬과 아이언맨. 피터팬은 본질적이고 엉뚱한 상상력의 상징이고, 아이언맨은 갑옷 입고 현실에서 살아남는 생존력의 상징입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두 세계를 동시에 조율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AI가 알려주는 통계적 평균치만 따라가면 결국 모두가 닮은꼴이 되지만, 자기 안의 피터팬을 살려 두는 한 그 평균치 바깥에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노트에 남긴 메모는 짧았습니다. “정답을 찾지 말고, 고정관념을 깨자.” 너무 흔한 말처럼 보이지만, 유석환 회장의 경력선을 따라가다 보니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정답을 더 잘 찾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인과관계를 더 길고 독특하게 늘려 간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작은 실험을 해 보려 합니다. 일단 매일 2시간씩, 지금까지 90%의 길에 있던 제 영역에서 살짝 비틀어 본 키워드를 하나씩 파 보려고요. 이 과정이 곧바로 인공 장기 같은 거대한 결과로 이어질 리는 없겠지만, 그가 말한 의미의 언러닝과 리러닝을 시작하는 첫 단추는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AI가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저만의 인과관계 한 줄을 보태는 일이 될 테니까요.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영상을 한 번 직접 보시기를 권합니다. 같은 메시지여도 그가 직접 말할 때의 무게가 다르더군요.
언러닝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사고방식을 의도적으로 비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학습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유석환 회장은 이 단계를 학습의 출발점으로 강조하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옛 정설일수록 비워야 새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우자동차, 타이코인터내셔널,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을 거쳐 2012년 로킷헬스케어 를 창립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인입니다. 영업맨 출신으로 인공 장기 재생,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어 의외성 있는 이력으로 자주 회자됩니다.
언러닝은 기존 지식을 비우는 단계, 리러닝은 본질을 새로 정의하는 단계, 뉴러닝은 재정의한 통찰을 시대 기술과 엮어 자기만의 무기로 만드는 단계입니다. 세 단계가 순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자기만의 새로운 영역이 열린다고 영상은 설명합니다.
영상 속 셈법대로라면 70학점 분량을 시간으로 환산해 보름에서 한 달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깊이 있는 전공자 수준에 닿으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미지의 분야 지도를 그리고 퍼즐 조각을 모으기엔 충분한 시간으로 보입니다.
영상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만의 인과관계(맥락) 라고 답합니다. AI는 정보를 검색하고 종합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살아온 원인과 결과로 이어진 고유한 서사는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언러닝과 독학으로 자기 맥락을 길게 늘리는 사람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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