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후기, 나락으로 추락한 인간에게서 찾는 삶의 의미

인간실격
인간실격

인간실격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입니다.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이 작품은 한 인간이 몰락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놀랍게도 이 소설은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입니다.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왜 더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삶을 포기하는가 하고 다그치게 됩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저는 약간 우울해지고 괴로웠습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소설은 전후 일본 청년들이 명작으로 꼽는 작품입니다.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 책이기도 하죠. 도대체 어떤 면이 이들의 마음을 울릴 것일까요?


추락하는 삶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끊임없이 추락합니다. 주인공은 사회가 요구하는 가면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계속 실패합니다. 그리고 그가 의지하던 모든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술에 의지하던 삶은 마약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주변 사람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지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진정성의 가치

이 소설의 내용은 완전한 허구가 아닙니다. 작가의 삶을 토대로 한 자전적 소설입니다. 나라면 남들에게 철저히 감추고 싶은 삶을 작가는 소설로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이 모습이 어떻게 전후 청년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낼 수 있었을까요?

전쟁 이후 일본은 큰 혼란과 가치관의 붕괴를 겪었습니다. 패전으로 인해 전에 믿던 절대적 가치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청년이 정신적 공황과 허무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요조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의 철저한 진정성 때문입니다. 그의 고백은 아프지만 진실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완벽해 보이는 삶과 진실된 삶 중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요? 요조의 이야기는 후자에 무게를 둡니다.


실패가 드러내는 보편성

요조의 추락은 우리에게 중요한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는 모두 실패합니다. 크든 작든 좌절을 경험하고, 때로는 신뢰가 무너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요조의 극단적인 실패는 오히려 이런 경험이 인간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임을 일깨워줍니다. 그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성공과 부에 가치를 둡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면을 쓰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일어섭니다. 물론 이렇게 사는 삶의 태도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실되게 생각하고 사고해서 행동하고 있는지, 아니면 완벽한 보이는 삶은 위해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실패하고 힘든 일이 일어나도, 나를 다그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또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다시 헤쳐자나가면 됩니다.


성공을 넘어선 삶의 의미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삶의 의미가 ‘성공’이나 ‘사회적 인정’에만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락으로 추락한 요조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외면적 성공보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본질적인 삶의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간실격』은 실패를 통해 더 깊은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실패해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 의미는 성공이나 인정이 아닌, 진정성과 이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수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때로는 추락하고, 때로는 일어서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