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내용을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는 남성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39년 만에 개정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 헌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가 불성립됐고, 8일 오후 2시 본회의가 다시 소집됐습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5월 10일까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도대체 이번 개헌 내용에 무엇이 담겼길래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일까요. 헌법 전문 한 줄 한 줄이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핵심 쟁점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원내 6개 정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6년 4월 3일 공동 발의한 것으로, 의원 187명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권력구조 개편(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은 의도적으로 제외되었고, 여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 가능 항목만 담은 부분 개헌안 성격을 띱니다.
핵심 변경 사항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현행 헌법 | 개정안 내용 |
|---|---|---|
| 계엄 통제 | 대통령 선포 후 사후 통고, 국회 해제 요구권 | 48시간 내 국회 승인 의무, 미승인 시 즉시 무효, 해제 요구권을 해제권으로 격상 |
| 헌법 전문 | 3·1운동, 4·19민주이념 명시 |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정신 추가 |
| 균형발전 | 관련 명시 조항 부재 | 국가의 지역 간 격차 해소·균형발전 의무 명시 |
| 헌법 제명 | 「大韓民國憲法」(한자 표기) | 「대한민국헌법」(한글 표기) |
이재명 대통령은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은 지난 4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라며 “전면 개헌은 부담이 크니 합의되는 만큼 부분 개헌을 순차적으로 해 나가자”는 단계적 개헌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번 개헌안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은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부분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현행 헌법이 가진 빈틈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사후 통고만 하면 됐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요구를 무시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었던 것이 한계였죠.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 해제 요구권을 ‘해제권’으로 격상시켜 대통령의 거부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더 이상 못 하게 하자,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 데 어떤 국민이 반대하겠느냐”고 발언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4·19 이후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부마민주항쟁(1979년)과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년)은 빠져 있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추가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징 변경이 아니라 헌법 해석의 기준선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전문에 명시된 정신을 해석 지침으로 삼기 때문이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흥미롭게도 여야 모두가 공약했던 사안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한 바 있고, 역대 보수 정당들도 비슷한 약속을 해왔는데요. 그럼에도 이번 표결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이유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종합 개헌이 아닌 부분 개헌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입니다.
이번 개헌 내용에서 의도적으로 빠진 항목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개헌 논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권력구조 개편이 모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개헌 구상에는 다음 항목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발의안에서는 모두 제외되었습니다.
이런 핵심 쟁점들이 빠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합의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권력구조 문제는 정당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4년 중임제 도입 시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지 여부 같은 정치적 휘발성이 큰 쟁점이 따라붙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행 헌법은 임기 연장 부분이 해당 시기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지만, 야당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부분 개헌안을 두고 송언석 원내대표를 통해 “일부 합의할 수 있는 내용만 갖고 한다면 누더기 개헌”이라며 22대 국회 후반기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권력구조까지 포괄하는 종합 개헌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재적의원은 286명으로, 가결 정족수는 191명입니다. 6·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의원 9명을 반영한 수치인데요.
표결 가능 인원과 정족수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5월 7일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표결에 불참하면서 178명만 투표에 참여해 의결정족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같은 날 “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고 밝히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5월 10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임박한 셈인데요. 만약 통과된다면 1987년 9차 개헌 이후 39년 만의 헌법 개정이자 제10차 개헌이 됩니다.
헌법 개정은 추상적인 정치 이벤트로 느껴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국민 개개인의 권리 보호 수준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일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권력구조 부분이 빠진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대통령제의 제왕적 운영 문제, 단기 임기로 인한 정책 연속성 부재 등 근본적 문제는 다음 개헌 라운드로 미뤄지게 됩니다.
아니요. 이번 개헌안에서는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 권력구조 개편 내용은 모두 제외됐습니다. 여야 합의가 가능한 계엄 통제 강화, 헌법 전문 수정, 균형발전 명시, 헌법 제명 한글화 등 4가지 항목만 담겼습니다. 권력구조 개편은 22대 국회 후반기 또는 2028년 총선과 동시 국민투표 시 별도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월 10일까지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면 6·3 지방선거와의 동시 국민투표는 불가능해집니다. 다만 개헌안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며, 22대 국회 후반기에 별도의 국민투표 일정을 잡아 추진할 수 있습니다. 2028년 총선과 동시 투표가 차선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치적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네,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본회의를 통과한 헌법 개정안은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져야 하며,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확정됩니다. 헌법 제130조에 명시된 절차입니다.
헌법 전문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해석 기준으로 삼는 핵심 가치 선언입니다.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전문에 명시되면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저항권 등과 관련한 위헌 심사에서 민주화운동의 가치가 적극적인 해석 근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5·18 관련 명예훼손이나 역사 왜곡에 대응할 헌법적 근거가 강화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개헌안이 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거대 양당 중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또한 역대 정부에서 개헌이 추진될 때마다 임기 말 레임덕 돌파용이라는 비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로 좌초되곤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4년 연임제 개헌안, 박근혜 정부의 임기 내 개헌론, 문재인 정부의 2018년 개헌안 발의 모두 야당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습니다.
2026년의 개헌 시도는 1987년 체제의 한계를 부분적으로나마 보완하려는 첫걸음입니다. 권력구조 개편은 빠졌지만 12·3 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헌법의 빈틈을 메우고 시대정신을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은데요. 5월 8일 재표결 결과와 5월 10일 마지노선까지의 정치적 협상 과정이 향후 39년의 헌법 환경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정치 뉴스에 평소 관심이 없으셨더라도 이번만큼은 본회의 표결 결과를 직접 확인해 보시고, 국민투표가 성사된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행사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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