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현 활동가가 항구에 있는 모습
2026년 5월 22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던 그는 곧바로 마이크 앞에서 충격적인 말을 꺼냈습니다. “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구타를 당한 뒤였고, 저 역시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왼쪽 귀가 잘 안 들리는 상태입니다.” 이스라엘군에 두 번째로 나포됐다가 사흘 만에 풀려난 김아현 활동가, 활동명 ‘해초’의 첫 마디였습니다.
1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두 차례나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한국인 청년 활동가. 그가 누구이고, 왜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무릅쓰면서까지 가자지구로 향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계십니다. 27세 한국예술종합학교 휴학생이라는 신상 너머에 있는 김아현 활동가의 진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김아현 활동가는 1998년생으로 올해 27세입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3학년에 휴학 중인 청년 예술가입니다. 활동가 사회에서 통하는 이름은 본명보다 ‘해초(海草)’라는 활동명이며,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Pioneers of WCF)’ 소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교육 이력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궤적이 보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초등 대안학교를 다녔고, 중·고등 과정은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고등학교에서 마쳤습니다. 간디고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자율과 공동체 가치를 강조하는 대안교육기관으로, 김 활동가의 사회운동 감수성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최보경 교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간디학교 다닐 때의 아현이는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상상력, 세상과 예술에 관한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친구였다”고 그를 회상했습니다.
부친 김태완(60) 씨 역시 언론과 통화에서 “딸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여러 관련 활동을 해왔다”라며 “본인이 가겠다고 하니까 말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고 가족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아현 활동가가 사회운동에 첫 발을 내디딘 시점은 놀랍게도 초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2년 초등 대안학교를 다닐 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현장을 방문한 일이 그의 인생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매년 강정마을을 다시 찾아 봉사와 연대 활동을 이어왔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연이 끊기지 않았습니다.
항해라는 키워드가 그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2년부터입니다. 강정에서 운영하는 ‘평화항해자’ 프로그램을 통해 항해 기술을 익혔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무동력 세일링 요트를 타고 제주-오키나와-대만을 잇는 107일간의 ‘평화항해’를 완수했습니다. 이 경험은 그가 훗날 지중해 한복판에서 이스라엘군과 대치하는 항해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든 결정적 토대가 됐습니다.
그의 활동 이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도 | 주요 활동 |
|---|---|
| 2012 | 초등 대안학교 재학 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현장 방문 |
| 2012 이후 | 매년 강정마을 봉사·연대활동 참여 |
| 2022 | 강정 ‘평화항해자’ 프로그램에서 항해 학습 |
| 2023 | 제주-오키나와-대만 잇는 107일 무동력 평화항해 완수 |
| 2025 여름 | ‘평화의 배’ 탑승해 강정·진도(세월호)·광주(5·18) 현장 순회 |
| 2025년 10월 | 가자지구 구호선단 첫 탑승, 이스라엘군에 1차 나포 |
| 2025년 11월 | 한국교회인권상 수상 |
| 2026년 5월 | 가자지구 구호선단 재탑승 및 2차 나포 |
주목할 점은 그가 단발성 이벤트로 평화운동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강정마을, 세월호 진도 팽목항, 5·18 광주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새겨진 장소들을 꾸준히 방문하며 인권·반전 운동을 이어왔습니다. 가자지구행 역시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 셈입니다.
김 활동가가 처음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시점은 2025년 9월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습니다.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 구호선단에 한국인이 한 명 탑승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고, 그가 바로 ‘천 개의 매들린(Thousand Madleens to Gaza)’ 선단 소속 약 60명의 활동가 중 첫 한국인이었습니다. 가자지구 봉쇄 반대 구호선단 운동은 20년 가까이 이어진 국제적 평화운동이지만, 그 동안 한국인 참가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그는 ‘알라 알 나자르(Alaa Al Najjar)호’에 탑승해 굶주리는 가자 주민들에게 인도주의 구호 물품을 전달하려 항해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8일 오전 11시 40분(한국시간) 가자지구로부터 약 17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이스라엘군에 나포됐고, 악명 높은 케치오트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약 이틀 만에 석방됐습니다. 이 첫 번째 사건만으로도 국내 시민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강정친구들·개척자들·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등이 잇따라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첫 항해가 끝난 뒤 그의 활동은 더욱 알려졌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한국교회인권상을 수상하며 종교계로부터 인권 활동가로 공식 인정받았고, 같은 해 12월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세계가 믿도록 만들려는데, 이에 대항해 봉쇄된 곳에 존재하러 가는 것 자체가 잘못을 알리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재항해 의지를 시사했습니다.
김 활동가가 재항해 의사를 밝히자 외교부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외교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유지 중이며, 여행금지 지역을 방문·체류할 경우 여권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합니다. 2026년 4월 초 외교부는 김 활동가에게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고, 그가 이를 거부하자 여권을 무효화했습니다. 김 활동가 측은 여권 반납 명령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4월 4일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미 출국한 상태였고, 5월 2일 이탈리아에서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선박 ‘리나 알 나불시(Rina al Nablusi)호’에 탑승해 가자지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5월 19일, 가자지구에서 약 220km 떨어진 지중해 해상에서 다시 한 번 이스라엘군에 나포됐습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한국인 김동현 활동가도 키프로스 인근 해역에서 ‘키리아코스 X호’ 탑승 중 나포된 사실이 함께 확인됐습니다.
두 사람은 20일 석방된 뒤, 외교부가 발급한 여행증명서를 통해 태국 방콕을 거쳐 22일 오전 6시 23분경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김 활동가는 입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구금 기간 중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외교부는 즉시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측에 우리의 엄중한 인식을 전달하였으며,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따라 사안의 심각성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번 사건은 활동가 측과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한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두 측 주장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쟁점 | 활동가 측 주장 | 이스라엘 측 입장 |
|---|---|---|
| 항해 성격 | 비폭력 인도주의 구호 활동 | 인도주의 성격 아니며, 선박에서 구호 물자 미발견 |
| 나포의 정당성 | 공해상에서 무기 없는 민간 선박 불법 납치 | 합법적 조치라는 입장 |
| 구금 중 처우 | 구타 발생, 김 활동가 왼쪽 청력 손상 주장 | (공식 반박 입장은 추가 확인 필요) |
| 한국 정부의 대응 | 여권 무효화는 반인권적 조치, 즉시 철회 요구 | 해당 사항 없음 |
한국 정부의 대응도 미묘한 균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의 한국인 활동가 구금과 관련해 “최소한의 국제 규범이라는 게 있는데 이를 모두 어기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외교부는 가자지구 여행금지 지역을 무단 방문한 데 따른 여권법 절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변 보호와 귀국 지원은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이중 트랙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 활동가는 귀국 직후 “저는 언제나 가자지구에 갈 계획이 있다”, “가자가 해방될 때까지,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팔레스타인과 세계의 고립된 땅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권 무효화에 대해서도 “사람은 원하는 곳에서 살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반박하며 재차 가자지구 항해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향후 외교부 조사 결과와 김 활동가의 행보가 한국과 이스라엘 간 외교 관계, 국내 시민사회의 평화운동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김아현 활동가가 평화운동가로 활동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 바로 ‘해초’입니다. 바다와 깊은 인연을 가진 그의 활동(2023년 107일 평화항해, 가자지구 구호선단 참여 등)과 어울리는 활동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 소속으로 강정친구들 등 시민단체에서도 해초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외교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금지’를 유지하고 있고, 여행금지 지역을 무단 방문할 경우 여권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합니다. 김 활동가가 가자지구 재방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외교부는 여권 반납을 명령했고, 이를 거부하자 여권을 무효화한 것입니다. 그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인은 5월 2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저는 언제나 가자지구에 갈 계획이 있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이고 외교부가 추가 보호조치를 예고한 만큼, 실제 재출국이 가능할지 여부는 향후 법적·행정적 절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 개의 매들린(Thousand Madleens to Gaza)’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항의하며 굶주린 가자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려는 국제 평화운동 선단입니다. 약 20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 구호선단 운동의 최근 단계로, 김 활동가의 1차 항해 당시 60여 명의 다국적 활동가가 11척 선박에 나눠 탑승했습니다. 이번 2차 항해에서는 세계 40여 개국 약 430명의 활동가가 선박 50여 척에 나눠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출항했습니다.
김동현 활동가는 이번 2차 항해에서 김아현 활동가와 함께 나포된 또 다른 한국인 활동가입니다. 그는 자유선단연합(FFC) 소속 ‘키리아코스 X호’에 탑승해 키프로스 인근 해역을 지나던 중 5월 19일 이스라엘군에 나포됐고, 김아현 활동가와 같은 항공편으로 5월 22일 귀국했습니다. 함께 출항했던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활동명 승준) 씨는 현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14년 전 초등학생 시절 처음 강정마을을 방문한 한 소녀가, 27세 청년이 되어 지중해 한복판에서 이스라엘군과 마주섰습니다. 김아현(해초) 활동가의 이야기는 개인의 신념과 국제 분쟁, 국가의 보호 의무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라 누군가는 박수를, 누군가는 우려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외교부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 사회와 이 청년 활동가가 앞으로 어떤 대화를 이어갈지, 그리고 가자지구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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